오늘 새벽 저희 집 허스키 루루가 멀리 떠났다고 하네요...
어제 낮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전화하셔서 안좋은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
루루가 며칠 전 부터 좀 안좋아보이긴 했는데 갑자기 하혈을 너무 심하게 해서
병원에 데려와서 이런 저런 검사를 받았는데 자궁에 병이 생겨서 수술을 하거나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셨다고 하시더군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피도 부족하고 빈혈기도 있다고...
수술을 시키고 싶었지만 수술비가 생각처럼 부담되는 금액이더군요.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 것도 안하고 보낼 수가 없어서 아버지에게 저는 살리고 싶다고
말을 하니 아버지께서 그럼 수술비 절반을 내주시겠다고... 정말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서 제가 직접 손 쓸 방법도 없는데... 저 큰 녀석을 부모님이 직접 병원에 데려가서
마음고생하시는거 생각하니 정말 죄송스럽기도 하더군요..
어제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잡혔습니다.
남들이 보면 개 한마리 갖고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개를 좋아하시고 자신의 손으로 개를 키워본 사람에게는 정말 가족과 다름 없는 존재입니다.
정말 하루종일 공황상태가 오더군요...
수술 결정을 하고 조금있으면 수술할 것 같다고... 수술 끝나면 전화주시겠다는 어머니와의 통화를 끊고
정말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만 흐르더군요.. 한시간 정도면 끝난다는 수술이 두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해보니 수술은 끝났는데 루루의 건강이 너무 안좋아서 마취에서 못깨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두시간 정도가 지나 다시 연락해보니 이제 일어나서 집에 데리고 가는 중이라고...
이제 조금 괜찮아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도 지금만 같아선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다고...
그래도 혹시 몰라 한시간 뒤에 동생에게 전화해서 어때 보이냐고 물으니 밥도 잘 먹고
괜찮아 보인다고 하네요... 근데 한쪽 눈이 형광등에 반사될때 하얀게 보이는거 같다며
백내장이 아닌가 싶다네요... 그래도 건강이 괜찮아진 것 같아 한시름 놓구 강아지 백내장에 대해서
검색도 해보고 수술까지 시켜주진 못해도 영양조절과 식이요법, 안약 등으로 발병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고해서
이런 저런 것 검색해보고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부모님과도 얘기해서 잘 돌봐줘야지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한번더 루루를 데리고 병원에서 오라고 했다더군요.
상태가 어떤가 봐주기 위해서 그렇겠죠... 부모님도 신경 많이 쓰셨을테고 자꾸 전화하면 귀찮으실까봐
궁금한거 참고 오후에 전화하려고 마음먹고..... 그렇게 점심 시간이 지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냥 갑자기 불안한 느낌반 아니면 진료 잘 받고 왔다는 소식인가 하는 느낌반이었습니다.
노래 가사에도 있죠...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는지....
루루가 새벽에 죽었다고 하네요...
일찍 알려주면 제가 하루종일 아무 것도 못할까봐 이제서야 말씀해주시는거라고...
전 그런줄도 모르고 이녀석 건강해지면 조금씩이라도 운동도 시키고 데리고 놀려고 개목끈과 줄 같은걸 막 고르고 있었는데...
녀석이 걱정되서 제 방에서 어머니가 루루를 데리고 함께 주무셨는데..
새벽에 아픈지 계속 끙끙거렸다고 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사실 어제 수술하고서 조금 피곤하더라도 내려가서 어떤가 한번 보고 올까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가족들이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그럼 어차피 주말에 내려가기로 한거 이틀 뒤에 내려가야지 하면서 기다렸는데...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으면 이틀을 못기다려줬을까요....
그냥 한번 못쓰담어주고 못 만져준게 아직도 마음에 남네요...
한달에 한두번 집에 내려갈때마다 저쪽에서 지켜만 보던 녀석...
가끔 이름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면 흑발로 저를 툭툭 치면서 껑충껑충 뛰면서 놀아달라고 앵기던 녀석...
피곤하고 힘들다는 핑계로 운동한번 재대로 못시켜주고 머리 몇번 쓰다듬어주고 뒤돌아 섰던 그 순간들이
계속 머리에 맴도네요... 뒤돌아 가다 다시 보면 저만치서 쓸쓸하게 저를 바라보던 녀석 얼굴이 자꾸 눈에 아른거리네요...
학창시절부터 용돈 한푼 두푼 모아서 저로써는 꽤 큰돈을 모아 어렵싸리 좋은 허스키 농장에서 직접 데려온 녀석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그리고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하면서 점점 루루를 돌봐주는 시간이 짧아지고 조금 일찍 일어나서
운동이라도 시켜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은 항상 있으면서 그러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너무나 후회되고 제 자신이 밉네요..
수술 후 1~2년만이라도 함께 해주길 바랬는데... 지금은 하루이틀만 더 버텨줘서 제가 한번 녀석 쓰다듬어주고..
직접 제손으로 묻어주게만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네요... 이제와서 이런 생각을 한들 부질 없는거 알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네요...
주절주절 두서없이 너무 많이 끄적인 것 같네요...
그리고... 이런 루루를 옆에서 직접 돌봐주시고 신경써주시고 마지막 거두어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네요..
루루야... 미안하다... 너 데려와서 잘해주지도 못하고...
많이 이뻐해주지도 못한게 이제와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 이제 편히 쉬렴...
오빠가 너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할께...
미안해... 루루야.. 보고싶다... 너무.....